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럭스로보의 PM
매번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하는 광고대행사에는 AE가, 아티스트별로 새로운 음반을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에는 A&R이, 세상에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는 스타트업에는 PM(서비스 기획자)가 있습니다. 직무 이름은 다르지만 한마디로 ‘기획과 제작,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조율하는’ 포지션들이죠. 이들은 하나의 캠페인과 아트워크, 서비스, 제품 제작을 위해 많은 관계를 연결합니다. 클라이언트 혹은 고객 혹은 프로덕션 등과 자사의 치밀한 이해 관계, 거미줄처럼 얽힌 타부서와의 관계 사이를 넘나들며 ‘완성’을 향한 숨가쁜 페이스를 조절합니다.
럭스로보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는 PM들이 있는데요. 유사 규모의 타 스타트업에 비해 다양한 서비스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럭스로보의 PM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요? 각 사업부에서 서비스기획 포지션을 맡고 있는 Joe와 Judy를 만나보았습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Joe 럭스로보에서 PM을 맡고 있는 Joe라고 하고요. 현재 R&D PM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중간에 한 번 퇴사를 했다가 다시 들어와서, 기간을 다 합치면 6년 정도 다닌 것 같네요.
Judy 저는 현재 서비스기획팀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Judy라고 해요. 원래 인턴으로 입사를 해서 처음엔 AI팀에 있다가 콘텐츠팀으로 옮기게 됐어요. 거기서 콘텐츠와 상품 기획을 하다가 현재 팀으로 옮긴 후 서비스 기획을 맡고 있어요.
Q. 각자 PM 포지션으로 어떤 역할들을 담당하고 계신지 PM의 정의 관점에서 얘기 해주신다면요?
Joe 사실 PM이라는 워딩은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의미도 있고, 프로젝트 마스터라는 뜻도 있고 정의가 너무 많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PM, 그리고 저희 회사에서 쓰는 PM 개념은 말 그대로 프로덕트 매니저랑 프로젝트 매니저를 혼용해서 사용해요.
예를 들자면 연예인들 옆엔 항상 매니저가 붙어서 케어를 하잖아요. 제품에도 이런 매니저가 필요한 거라고 보시면 쉬울 것 같아요.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활동을 잘 할 수 있게 메이크업 샵도 데리고 다니고, 일정 관리를 계속 해주는 것처럼 PM도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럼 디자이너한테 데려가고, 기획 수정이 필요하면 기획자한테 데려가고 이제 유저한테 갈 때가 되었다면 적합한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담당자들에게 데리고 가는 게 PM의 역할인듯 해요.
Judy Joe가 해주신 비유가 정말 찰떡인 것 같아요. 모든 걸 해야 되는 직무이면서, 진짜 매니저처럼 필요한 팀마다 데려가서 ‘이거 빨리 해야 돼요, 언제까지 해야 돼요’ 재촉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쉽지 않을까요?
Q. 재빠르게 관련 이슈도 체크해야 하고 정말 엔터테인먼트에서 아티스트를 전반적으로 관리해주는 것 같은 역할이네요. 그러면 수행했던 프로젝트 중 성과 위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Joe 성과라고 하시니깐 어쩐지 실제 매출이나 회사에 숫자 데이터로 기여할만한 것들이 떠오르는데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얘기 드리고 싶어요. 제가 럭스로보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MODI 담당 PM으로 일하면서 각 담당자가 많지 않을 때였어요. 처음 판매가 일어났을 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서 진행했었거든요. 그때 저희 MODI의 가치를 알아보고 대량 구매해준 곳이 교육 부자재를 판매하는 모 영국 업체였어요. 아무래도 교육 분야에서 영국은 주변 국가들로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보니, 초창기 해당 업체를 통해서 유럽은 물론 중동까지 판매가 이어질 수 있었어요.
그때가 2017년쯤이었으니까 제품 활용에 대한 시나리오도 부족했고, UI나 UX가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복잡하고 어려웠거든요. 저희들의 노하우 등 현장 경험도 부족했고요. 진짜 진땀 흘렸던 적이 많아요. 수많은 버그를 잡기 위해 직접 클라이언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해결 했었는데, 한쪽 구석에 앉아서 막 버그 잡고 그랬어요. 당시엔 한국에서만 테스트를 해봤으니까, 외국 서버에서 한국 프로그램을 다운 받는 속도가 엄청 느릴 거라는 건 생각도 못한 거예요. 이런 디테일들은 현장에 나가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MODI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Judy 앞에서 너무 엄청난 스토리를 꺼내셔서 말하기가 부담스럽네요. (웃음) 저희 Edu사업부문 서비스 관련 프로젝트 중에 Let’s MODI라고 있거든요. MODI 1.0에 있던 서비스 중 코드 스케치(태블릿 PC 전용)와 MODI Play(스마트폰 전용)라고 있었는데요. Let’s MODI는 두개의 서비스를 합쳐보자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에요. 네이밍부터 엔터테이닝한 무드가 느껴지고 신날 것 같지 않나요?
Let’s MODI 프로젝트 초기, 저희 스스로 기존의 MODI 관련 코딩 툴만 강조하고 있진 않았나 되물어봤어요. 그러면서 기존 교육 위주의 서비스를 유저 관점에서 재미 위주로 개편하게 된 거죠. 심플한 UI에 변화를 줘서, 캐릭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움직이고 감정을 드러내는 등 아기자기한 효과들을 많이 구현했어요. 아직 콘텐츠가 방대한 건 아니지만 어느 누가 접하더라도 첫인상부터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게끔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차츰 콘텐츠까지 쌓아 나가면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B2C 시장도 폭넓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꿈꿔보고 있어요.
Q. 그 밖에 논의된 적이 없더라도 개인적으로 PM으로서 추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실까요?
Joe 럭스로보잖아요. 저는 대학에서도 로봇 학부를 전공했어요. 혹시,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그 작품 보면 재미있는 로봇 슈트의 기능이 나와요. 슈트를 입고 있으면 가상 세계에서 어떤 경험을 하든 다 센서를 통해 전달이 되고, 고통도 맛도 다 느낄 수 있죠. 물론, 영화적 허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예전 SF영화들에서 ‘저게 말이 돼?’ 했던 기술들이 지금 상용화되고 있잖아요. 이런 햅틱 기술(HAPTIC)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치료 용도로 많이 쓰인다더라고요. 햅틱을 구동시키는 액추에이터(Actuator)를 통해, 결국 로봇을 제어하게 되는 거거든요. 럭스로보에 PM으로 있으면서 언젠가는 이런 로봇 프로젝트에 꼭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Judy 저희 MODI를 사용하면서 항상 느끼는 게 기능이 정말 많고, 활용도도 무궁무진하잖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써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언젠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한 가상 모듈 체험 서비스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웹에서 모듈을 붙이고 기능을 구현 시키는 과정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게요.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로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두 분의 꿈 모두 실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조금 추상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다른 곳의 PM들과 럭스로보의 PM은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요? 사업 분야도 다양하고, 제조업 베이스이기 때문에 Joe와 Judy만이 들려주실 수 있는 얘기가 있을 것 같아요.
Joe 요즘 나오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하나의 분야에만 오리지네이트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어느 분야의 PM이든 많은 고민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역시나 MODI라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웹 그리고 OS별 서비스들을 다 지원해야 되는 다소 통합적인 미션이 주어져 있는데요.
럭스로보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왜 A학생이 다루는 기기에서는 작동 되는데 B학생이 다루는 기기에서는 안 되냐’ 이런 류의 질문이었거든요. 한 1년만 다녀봐도 디바이스 간 App 업데이트 버젼이 달라서 그렇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는데, 아예 공학 베이스가 아닌 분들은 확실히 러닝커브가 좀 길어질 수는 있겠더라고요. 하지만 노하우를 쌓으며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Judy 저는 Joe가 말하는 그 비전공자로서 처음에 왔을 땐 솔직히 어려움이 없진 않았거든요. 실제로 독일어를 전공했답니다. 럭스로보에는 소프트웨어도 있고, 하드웨어도 있고 근데 또 총 13종에 달하는 MODI는 다뤄봐야만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교구였고요. 기반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냥 사람들한테 가서 물어봤어요. 하드웨어 팀에, 소프트웨어 팀에 가서 사실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물어보면 또 다들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그래서 전 자기가 맡은 제품과 서비스를 알고자 하는 관심이 있다면 결국에는 해낼 수 있는 곳이 럭스로보라고 생각해요.
Q. 다음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럭스로보에 와서 PM으로 같이 일해보자 권하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세요.
Joe 아직 국내에서의 PM 개념은 비교적 업무의 틀이 잘 잡혀 있는 외국에 비하면 덜 정제되어 있다고 느껴요. 좋게 말하면 한계가 없는 거고, 경계가 안 잡혀 있는 걸 수도 있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매니저잖아요. 매니징 능력에 사실 전공은 무관하죠. 기반지식을 말씀드리긴 했지만 Judy의견에도 동의하는 게, 근성이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한마디로 열정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열정 열정 열정!
Judy 럭스로보 산악회인가요? (웃음) 개인적으로 제가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는 자기 생각을 잘 얘기하는 분이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매순간 고민이 생기고 다른 팀과도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데 PM으로서 본인의 의견을 내비치지 않으면 어느 순간 프로젝트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어요. 주관을 가지고 자신 있게 말할 줄 아는 분이면 좋겠고, 또 기획자로 일하면서 찰떡이겠다 생각했던 성향은 MBTI 중에서 J 성향을 가진 분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긴 숨이든 짧은 숨이든 계획을 세우는 게 PM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니까, 계획적이고 꼼꼼하게 일정 관리를 할 수 있는 분들이면 더 적합하실 것 같아요.
Q. 준비하지 않은 질문인데,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어요. 두 분이 럭스로보의 PM으로 일하시면서 제일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Joe 전 처음으로 직접 유저 보이스를 듣게 되었을 때요. 고생과 노력을 들여 만든 제품에 대한 실제 VoC를 직접 듣는 경험은 남달라요.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에 MODI를 활용하신 후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었거든요. 학급의 분위기, 학생들의 성향, 수업 성격 등에 따라 VoC가 천차만별이었는데, 그게 되게 흥미로웠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Judy 전 이건 딱 말할 수 있어요. 처음으로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찍어보았을 때! PM으로서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다는 게 당연한 얘기 같으시겠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거든요. PM이란 수없이 무산되곤 하는 프로젝트들로부터 때로 초연할 수도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첫 마무리를 지어본 경험은 잊을 수가 없죠. 그때 사수인 Cindy가 프로젝트 종결된 거 오랜만인 것 같다고,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얘기해주었는데요. 음·······. 지금 돌아보아도 그 의견에 절대 공감합니다.
+Behind Story.
Joe 사실, 어느 순간 기획자가 저 밖에 안 남아서 모든 기획을 다 제가 하게 되고 갑자기 PM이 된 거 같긴 한데. (웃음)
Judy 맞아. 나도 모르게 PM이 되고 있는 것 같아.
Joe ‘이 프로젝트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 누구지? -> 그 사람이 하면 되겠네 -> Judy가 하면 되겠네!’
Gilly 그럼, PM은 만들어지는 거네요! (타이틀 출처)